[窓]이명건/非情… 母情… 悲情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신생아실. 남의 귀한 딸을 비정하게 유괴 살해한 여인이 자신의 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식을 채 5분도 못보고 경찰의 손에 끌려 병실로 돌아가는 엄마는 곧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전날 딸을 순산한 박초롱초롱빛나리양(8)의 유괴 살해범 전현주(全賢珠·28)씨. 전씨의 병실을 지키는 한 담당형사는 전씨가 출산 직후부터 병실을 지키는 자신을 붙잡고 갓 태어난 딸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딸이 보고 싶어요』 『제가 2주 후에 구치소로 돌아가게 되면 내 아이 젖은 누가 먹이지요』 행형법상 18개월 동안은 딸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설명에 전씨는 『구치소는 아이가 있을 만한 곳이 못된다』며 『누구에게 맡겨야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는 것. 전씨는 출산 후 수시간이 지난 15일 오후 8시경 배가 고프다며 병원측과 경찰에 음식을 요구했지만 배식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전씨는 급기야 눈물까지 흘렸고 경찰이 지급한 빵과 우유로 간신히 허기를 때울 수 있었다. 전씨의 부모나 동생은 병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씨의 출산 소식을 듣고 찾아왔던 남편 최모씨(33)도 면회시간이 지나 전씨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16일 오후가 돼서야 한 친척이 이불과 아기옷을 가지고 와 경찰관에게 전달하고 돌아갔을 뿐이다. 이제 세상에 갓 나온 「새로운 생명」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축복받지 못했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손은 자해행위 등을 우려해 수갑이 채워진 채 침대에 묶여 있었고 형사들이 입원실을 교대로 지키고 있었다. 전씨가 딸을 보며 눈물짓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산모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도 엄마가 됐으니 나리양 엄마가 겪었던 그 엄청난 고통을 조금은 알 수 있겠네요』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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