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이른바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후 일주일여가 지나는 동안 국민회의측이 드러내고 있는 반응을 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비자금 파문이 시작된 지난 7일, 국민회의는 한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두말할 필요없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총재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자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신한국당의 노림수가 먹혀들지 않고 있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국민회의의 분위기는 「당혹」→「안도」→「대(對)국민 감사(感謝)」→「기세등등」 식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15일 오전에 열린 당무회의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김총재는 『지금 국민은 「야당이 그 정도면 여당은 몇십배를 받은 주제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국민을 뭘로 보는가」라며 분노하고 있다』며 당무위원들을 독전했다. 사흘 전 기자회견 때 김총재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성장과 판단에 감격과 찬양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며 흐뭇해 했다.
그러나 김총재나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현 상황을 들뜬 표정을 지을 때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김총재의 얘기대로 국민은 지금 「형평감각」과 「세상사의 순리와 경우」를 가릴 만큼 성숙한 심판을 내리고 있을 뿐 국민회의쪽에 박수를 보내는 건 아니다.
김총재도 이미 『친지나 기업인들로부터 (대가 없는) 돈을 지원받으며 정치를 해왔다』고 실토했듯이 국민회의측이라고 해서 과거의 대선자금이나 정치자금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김총재나 국민회의는 현 상황에서 흐뭇한 표정을 보이기에 앞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짤막한 말(김총재의 13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 한마디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영훈<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