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번 대선에서 옥외 정당연설회를 계속하기로 합의한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청산해야 할 과거 정치행태로 되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옥외연설회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 또 법리상으로도 금지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정치현실로 볼 때 폐지하는 쪽이 옳다.
따지고 보면 여야 정치권이 정치개혁 입법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기회에 한보사태로 확연히 드러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선해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후보자들이 「대세몰이」로 이용한 옥외연설회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돼 왔다. 청중동원에 수천억원이 낭비되는 옥외연설회가 계속 허용된다면 돈 덜드는 선거는 물건너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개혁입법은 어느 정파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좌우되거나 자신들의 눈앞 이익을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도 좋은 사안이 아니다. 지금 여야가 하고 있는 정치개혁 입법작업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대적 소명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협상과정을 보면 여야는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저마다 당파적 이해에 집착해 온 게 사실이다. 옥외연설회를 반대하는 선관위의 견해나 정당연설회를 아예 없애고 TV토론을 활성화하자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처음부터 무시해 왔다.
여야가 뒤늦게 옥외연설회 문제를 재론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여야는 지난주 옥외 합동연설회를 없애고 옥외 정당연설회 횟수도 과거의 3분의 1인 3백3회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다시 더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할 모양이다. 그러나 옥외연설회는 횟수를 줄이는 차원에서 재론할 게 아니라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옳다. 옥외집회는 한번을 하더라도 여야의 청중동원 경쟁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