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역은 타협대상 아니다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쇠고기 검역(檢疫)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마찰이 일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O―157균 검출로 물의를 빚은 네브래스카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킨 우리정부 결정에 대해 미국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나 공동조사를 요청할 듯한 움직임은 불쾌하다. 그렇지 않아도 슈퍼301조 발동으로 한미간 통상마찰이 격화한 시점이다. 쇠고기 검역을 둘러싼 갈등이 또 다른 통상마찰로 비치거나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은 수입국의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우리 검역기관은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다량의 O―157균과 O―26, 리스테리아균을 검출했다. 미국은 네브래스카산 쇠고기의 O―157 감염사실을 발견하고 대규모 회수소동을 벌이면서도 같은 쇠고기를 수입한 우리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으면서도 우리의 검역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거나 잠정적 수입중지결정을 마치 수입규제인 것처럼 몰려는 듯한 태도는 인명과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답지 않다.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차원의 중대사안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 식품의약국(FDA)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식품수입 중지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률제정을 미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민의 안전은 그렇게 중시하면서 미국산식품 수입국에 대해서는 검역을 간소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오만이다.

지금 한미 두나라 사이에 중요한 것은 유독성 대장균 오염이 드러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회복이다. 미국은 우리의 검역결과와 행정결정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고 우리 검역진의 현지조사를 도와 다시는 대장균 묻은 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명예를 걸고 스스로 조치해야 옳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