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값 인상은 진작 예고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서울시가 가정용 수도요금을 한꺼번에 평균 18.5%, 최고 57.9%나 올린 것은 서민가계나 물가안정 등은 아랑곳하지 않은 태도다. 서울시는 이번 수돗물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 가구당 월평균 수도요금이 5천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5천원이면 담배 4갑, 커피3잔, 설렁탕 한 그릇, 생수 5병값밖에 안된다는 설명까지 곁들인다.
서울시의 수돗물값 대폭 인상의 변(辯)은 계속 이어진다. 첫째, 상수도사업은 모든 지출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계속 적자를 봐 왔다. 둘째, 서울 수도요금이 국내외 다른 도시보다 싸 수돗물 낭비를 부르고 있다. 셋째, 2000년대 물부족 현상에 대비해 물수요의 효율적인 관리와 절수 유도가 불가피하다는 것 등이다. 더욱이 이번 수도요금 인상이 시민편익 증진과 이용계층별 요금부담의 형평성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강변(强辯)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러나 시민들이 듣고자 하는 것은 그같은 구차한 이유가 아니다. 납득할 만한 요금 인상요인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상폭이 과연 적정한 수준이며 이용계층별 또는 업종간 형평성은 어떠냐 하는 것이다. 덧붙여 묻고 싶은 것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원가절감을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것이다. 수도요금에 대한 정확한 원가분석 없이 막연히 지난해의 수입과 지출, 부채의 원리금 상환, 원수(原水)가격 상승, 경상비 지출증가에다 연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수도요금 인상률을 결정했다면 이건 너무 편의주의적이다.
요금체계의 조정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수돗물을 많이 쓰면 부담을 높여 낭비를 막겠다고 해놓고 일반가정용 수도요금을 특히 높게 올렸다. 그것도 한달 사용량 20t 이하 서민가정의 인상률은 무려 45.1∼57.9%에 이른다. 시민단체 대표들로 수도요금검증위원회라도 구성해 인상률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