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해태 LG의 1,2위 확정으로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시즌 국내 프로야구는 박찬호 선동렬 조성민의 해외파 삼총사와 월드컵 축구의 돌풍에 휘말려 출범후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화끈한 공격야구로 대기록들을 쏟아내며 국민 스포츠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올 국내 프로야구가 남긴 성과와 교훈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개인 타이틀 판도가 올해처럼 막판까지 결과를 점칠 수 없었던 시즌이 있었을까.》
다섯마리 용이 펼친 방망이 전쟁은 흡사 연말 대선정국의 축소판처럼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올시즌 타격 판도는 크게 나눠 TK대 광주일고의 2파전. 대구 경북지역의 TK에선 삼성 「새끼사자」 이승엽(21)과 「골리앗」 양준혁(28)을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광주일고 동문은 해태 「야구천재」 이종범(27)을 시작으로 쌍방울 「돌격대장」 김기태(28), 현대 「괴물타자」 박재홍(24)을 서해안을 따라 북상시켰다.
바야흐로 국내 프로야구에 이들의 「타격 5인방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양준혁은 올 프로야구의 상향 평준화를 이끈 특급 공신으로 평가된다. 전반기까지 도루를 제외한 타격 6개부문의 선두권을 질주했던 그는 나머지 4명의 주자들을 앞에서 끌어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양준혁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의 덫을 넘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바람잡이 신세로 전락. 팀후배인 이승엽은 소리소문없이 홈런 타점 안타의 3관왕을 독주하며 역대 최연소 MVP에 도전장을 냈다.
광주일고파의 반격도 거셌다. 이종범은 세계 야구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0홈런―60도루를 성공시켜 「역시 야구천재」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이승엽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종합적인 야구능력에선 그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2년선배인 김기태는 「타격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유연한 스윙으로 양준혁으로부터 타격 장타율 출루율 선두를 물려받았다. 시즌막판 부상으로 결장중인 그는 3개부문이 모두 비율을 따지는 타이틀이어서 선두를 거의 굳혀놓은 상태다.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홈런왕 박재홍은 시즌초 부상만 아니었다면 최소 홈런 타점에선 이승엽과 좋은 승부를 펼쳤을 것이란 평가.
2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다섯마리 젊은 용들이 펼치는 「타격 5인방 시대」는 내년에도 프로야구의 흥미를 배가시킬 것이 분명하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