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병역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할 때는 민방위훈련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하지만 훈련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출근시간에 실시되는 비상소집은 대개 출석점검 정도로 끝나는 실정이다. 반기별로 실시되는 4시간의 교육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근무시간인 오후 2∼6시에 실시되니 오가는 시간을 합해 거의 하루를 잡아먹는다. 경제위기로 떠들썩한 요즘같은 시국에 한나절의 노동시간과 맞바꿔야 한다.
요즘에는 일종의 거래마저 생겨났다. 헌혈을 하면 훈련을 면제받고 귀가하는 「합리적」인 제도다. 줄을 서서 헌혈을 마치면 「피의 대가」로 귀가가 보상되니 헌혈이 국가안보와 맞먹는 지위를 부여받았다고나 할까. 어차피 헌혈이 조건이라면 굳이 특정한 날짜에 한자리에 모아 줄까지 세울 필요야 없겠다. 편한 시간에 헌혈하고 헌혈증서를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훈련을 면제시켜주는 효율적인 방법도 있다.
어디 헌혈 뿐이겠는가. 찾아보면 적어도 「4시간 날렸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괜찮은 방법도 많지 않겠는가.
오승호(서울 강남구 신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