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온국민의 『청량제』박찬호

  • 입력 1997년 9월 29일 20시 43분


올시즌 박찬호(24·LA다저스)의 활약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더없이 즐거웠다. 전세계 야구선수들의 선망 대상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의 모습은 일상에 찌든 국민들에게 상쾌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시즌 14승으로 노모와 함께 팀내 최다승수를 기록했으며 투구내용에 있어서도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구질을 선보여 다저스 에이스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뿐 아니라 경기를 치를 수록 일취월장하는 내면의 성장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즌 초반 힘으로 몰아붙이던 투구패턴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성숙함이 후반기들어 두드러졌다. 6백이닝 이상을 던져야 터득할 수 있다는 경기운영의 묘를 선발 첫해 1백92이닝만에 깨우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재목감이라는 평가는 더이상 지나친 수사가 아니다. 물론 보완할 점도 있다. 선발투수로서 초반 스타트가 불안한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할 단점. 올시즌 통틀어 1회에만 15점을 실점, 다른 이닝에 비해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것이 이를 반영한다. 박찬호의 활약은 국내프로야구에 동전의 양면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관중수의 감소를 가져왔다는 상대적 비판론과 야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긍정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찬호로부터 시작된 메이저리그붐은 국내야구발전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수위인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장 시설은 국내프로야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최고의 투수로 커가는 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앞으로 국내팬들이 누릴 또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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