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일 동경에서 날아온 승전보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통쾌한 역전승이었다. 최용수의 센터링을 받아 서정원이 동점 헤딩슛을 날리고 이민성의 역전 중거리슛이 일본 골네트에 철렁 박히는 순간 전국민은 일제히 TV앞에서 일어섰다. 발을 구르고 환호성을 질렀다. 정치를 보나 경제를 보나 온통 답답한 일들 뿐인데 「적진」 동경(東京)에서 날아온 승전보(勝戰譜)는 국민의 집단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월드컵축구 최종예선 도쿄 한일(韓日) 1차전의 승리는 국민의 성원을 저버릴 수 없다는 우리 선수들의 무서운 투지의 산물이었다. 한국팀은 홈구장 이점을 업은 일본팀에 불의의 한 골을 허용하고 한때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체력이 달리는 일본팀을 계속 몰아붙여 감격적인 승리를 뽑아냈다. 전반에 수비위주로 나가다가 후반에 집중 공략한다는 차범근감독의 작전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번 경기에 임하는 한일 양국의 열기는 총성없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경기 3일 전부터 동경 국립경기장 앞에는 극성팬 2천여명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지어 노숙을 했고 암표 한장에 3백만원을 호가했다. 경기 당일 서울 근교의 산에는 등산객이 끊겼고 도심은 손님이 없어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많았다. 이렇게 시원한 일이 가끔 터져 나와야 살맛이 난다. 동경에서 날아온 승전보는 전국민을 순식간에 하나로 묶으면서 한여름 무더위에 쏟아진 한줄기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한국팀은 이번에 일본팀을 이겨 프랑스 월드컵으로 가는 최대의 고비를 넘겼다. 11월1일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리는 홈경기에서도 일본을 꺾어 주기 바란다. 자만하지 말고 한달 넘게 남은 기간 일본 축구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더욱 정진해서 프랑스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일본의 벽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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