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자 동아일보에는 일본 산케이신문 1면 보도를 인용한 「한국내 식민지근대화론 대두」 기사가 도쿄발로 실렸다. 기사에는 「이 잡지(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연세대 조혜정교수는 한국도 자주적으로 근대화할 힘이 있었는데도 일본지배가 이를 방해했다는 내재적 발전론과 일제수탈론 등을 피해자의 비원의식과 상처입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창비」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다. 필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의 틀린 기사를 동아일보가 인용 보도함으로써 마치 필자가 「식민지근대화론」의 목소리를 낸 것처럼 알려지게 돼 유감스럽다. 신문을 읽은 독자들로부터 많은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창비 특집좌담에서 필자가 한 말은 「저항민족주의 감정이랄까 억하심정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많다. 당한 자의 비애의식이랄까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안간힘이랄까, 그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 그런 상처가 재생산되는 기제가 연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근대사를 연구해온 패러다임 자체를 이제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역사 자체를 역사화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식민지근대화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다.
조혜정(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