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가 처벌받는다. 언뜻 역(逆)연좌제를 연상케하는 청소년범죄 추방법안을 영국 집권 노동당이 성안중이다. 청소년 범죄가 급증, 연간 7백만건이 발생하지만 이중 3%만 기소돼 기존 솜방망이 제도와 법률로는 청소년 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초강력 법규 제정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영국 언론은 비행 청소년 관리가 국가에서 부모에게로 넘어갔다고 주석을 달고 있다
▼법안의 내용은 이렇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의 부모는 12개월 동안 자녀가 무단으로 학교에 결석하거나 오후 9시 이후 길거리에 배회하도록 해서는 안되며 보호관찰소 직원으로부터 3개월 동안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법원의 이러한 명령을 안지키는 부모는 최고 1천달러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과거에 용서를 받던 10∼13세 어린이도 앞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대도시 2백여개 중 절반 가까운 90여개 시에서 청소년 통금을 법으로 제정해놓고 있다. 댈러스시에서는 두번 이상 통금을 위반한 청소년은 즉심에 넘겨져 5백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사회봉사명령을 받는다. 클린턴대통령은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면 집으로 돌아오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들었던 행동규범』이라며 청소년들의 밤길거리 배회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95년 행정쇄신위원회가 청소년 통금법안을 추진하다가 유야무야로 끝난 적이 있다. 그때 위헌시비가 제기됐으나 아직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바른 행동을 규율하는 것을 기본권 제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모든 가정에서 각자 자기집 아이들만 잘 관리해도 청소년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착상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한 수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