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순임/실수로 발밟은 아이 머리까지 때려서야

  • 입력 1997년 9월 19일 07시 53분


지난 11일 오후7시40분경 우리 가족은 마당극큰잔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8시 시작되는 공연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중년신사가 큰아이의 뒤통수를 내리치더니 험악한 인상으로 구두를 털면서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는게 아닌가. 아이가 구두를 밟은 모양이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도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아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심하다는 생각에 내가 나서서 항변했다. 사과까지 했는데 심하지 않느냐, 설사 사과가 없었다 해도 자식같은 아이에게 느닷없이 주먹질을 해도 되느냐고. 이런 가운데 그 「신사」의 부인이 나타났다. 과천시민이라면 알만한 고위직 여성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고는 다짜고짜 『이게 바로 과천시민 수준이야』하고 내뱉더니 남편을 데리고 휙 나가버리는게 아닌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기 자식이 중하면 남의 자식도 중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더구나 일선기관 책임자로서 시민들을 얕보는 말을 그처럼 스스럼없이 하다니 인격이 의심스러웠다. 한심한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좀더 인내하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김순임(경기 과천시 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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