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선자치 틀 지켜야

  • 입력 1997년 9월 11일 20시 09분


조순(趙淳)서울시장의 대선출마를 위한 시장직 사퇴로 강덕기(姜德基)행정제1부시장이 시장직무대리로서 서울시정을 총괄하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도 임수복(林秀福)행정부지사가 이인제(李仁濟)지사의 업무를 대리한다. 민선자치단체장의 중도사퇴로 임명직 부단체장이 업무를 승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민선단체장의 빈 자리를 메우는 과도체제의 자치행정이 표류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자치행정과 지방자치의 원리가 동반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격랑의 시기인 만큼 지방의회와의 마찰이 첨예화하고 민선기초단체장들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그같은 파행의 조짐들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대선을 앞두고 선심행정으로 여겨질만한 교통 환경 복지분야의 업무를 적극 견제할 태세이며 경기도의회도 마찬가지다. 직무대리체제의 관선 부단체장이 자치행정을 이끌면서 유념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선자치의 기본틀을 지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생본위의 행정을 펴나가는 것이다. 10개월도 남지 않은 기간에 기존정책의 틀을 바꾸려 해서는 모든 게 뒤죽박죽돼버릴 것이다. 민선자치의 차질없는 관리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풀뿌리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다. 이는 자율성과 대표성, 의회 우월성과 분권화의 원리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방의회와 기초단체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공무원의 자세 또한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간의 흐트러진 기강을 가다듬어 예전보다 더 투철한 책임의식과 봉사정신으로 무장을 해야하며 또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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