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選불똥」표류하는 지방자치

  • 입력 1997년 9월 8일 20시 22분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가 어제 지사직을 사퇴했다. 조순(趙淳)서울시장도 내일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이지사는 사퇴성명을 통해 『성원과 사랑을 보내준 도민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변화와 창조를 열망하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부름이 고뇌에 찬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장의 사퇴의 변(辯)또한 비슷한 둔사(遁辭)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선출마를 나무라거나 막을 수는 없다.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이들의 피선거권을 규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도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행정공백과 자치행정의 표류는 심각한 문제다. 조시장이나 이지사 두사람 다 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때는 명실상부한 민선자치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정과 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마음은 일찍부터 중앙정치무대에 있었다. 임기를 반도 채우기 전에 그들의 관심은 대선쪽에 쏠려 그때부터 자치행정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선을 의식한 선심행정과 정치활동에 관심을 갖는 사이 공무원들의 자세는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돌아섰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하다. 조시장의 공약사업은 총6백8개 중 17%인 1백17개만 완료되었을 뿐 나머지는 무산위기다. 이지사의 공약사업 역시 1백38개 가운데 50여가지가 차질을 빚고 있다. 두 사람은 진작 거취를 분명히 했어야 한다. 자치행정이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대선 1년 전쯤 사퇴해 후임자를 주민들이 뽑을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옳았다. 임명직 부단체장이 직무를 대리한다 해도 자치의 공백은 메울 수 없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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