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박찬호,『동료실책 내탓』성숙미 눈길

입력 1997-09-01 20:50수정 2009-09-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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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는 박찬호의 키는 1m85. 올해 스물네살로 신체적인 키는 더이상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올들어 그의 「마음의 키」는 한뼘은 족히 더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성장은 멈췄지만 마음의 성숙도는 갈수록 높아만 간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 것은 그가 선발로 나선 지난달 2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 박찬호는 이날 6.2이닝동안 3안타로 4실점했으나 자책점은 1점뿐인 비교적 좋은 투구를 했었다. 그러나 상대의 평범한 내야플라이를 팀의 1루수와 포수가 사인이 맞지 않아 충돌, 결국 동점까지 내준 끝에 승리를 놓쳤었다. 필자는 이날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박찬호가 경기가 끝난 뒤 신경질을 낸다거나 동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덕아웃을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모두 기우였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즉석 인터뷰에서 『캐로스와 피아자가 뛰어들 때 그중 한명에게 콜사인을 했어야 했다』면서 자신의 실수를 그대로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14승을 빼앗아간 「통한의 실책」을 놓고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성숙한 모습을 읽게 해 준 순간이었다. 그만큼 자로 잴 수 없는 「마음의 키」가 부쩍 자라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박찬호는 이제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프로다. 어느새 승패를 떠나서 진정한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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