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심수섭/지하철 「정기권」개념 도입하자

입력 1997-09-01 08:10수정 2009-09-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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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등록대수가 1천만대를 돌파함으로써 연간 교통혼잡비용만 해도 2조원씩 폭증하고 있다. 도시마다 거리마다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문명의 이기」가 그야말로 「문명의 독기」로 추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난마와 같이 얽혀버린 대도시 교통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승차난 물류비 환경오염의 악화는 차치하고라도 시민들의 정서함양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 지상도로의 대대적인 확장 신설은 사실상 한계상황에 직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무책이 상책이라고 체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당장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지하철뿐이다. 여건이 이런데도 지하철은 두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그 하나는 정액권만 있고 정기권은 없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과의 승차호환권, 즉 단일승차권 제도가 아직도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여건이 지속된다면 천문학적 건설비를 쏟아부은 도시전철망의 확장 속도에 비해 교통분담률은 기대치에 못미칠 전망이다. 승객의 연속적인 대량수송이 목표인 도시전철은 원래 요금체계의 산정기준을 승차 횟수보다는 하루에 몇번을 타든 정액승차권의 유효기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기권 개념을 도입하더라도 전철 자체의 운행비용은 소폭 상승하는데 비해 승차 인원과 교통분담률은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뉴욕 파리 도쿄 등 선진 도시전철의 경우 1회 승차권에 비해 50∼70%의 할인혜택을 주는 정기권을 발매, 승객들의 승차편의와 교통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왔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전철은 10% 미만의 할인혜택에 그치는 정액권만 고집, 하루에도 몇차례씩 지하철을 타야 하는 시민들을 사실상 지상의 교통지옥으로 몰아내는 역기능을 자초하고 있다. 부처간 이견이나 업체간 이기주의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대중교통수단의 양대 축인 전철과 버스간의 단일승차권 제도도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서울은 물론 지하철이 운행되는 모든 도시전철의 정기권 및 승차호환권 제도를 시급히 도입하고 아울러 지하철의 직간접 편의시설을 더욱 확충해 쾌적하게 하는 한편 러시아워 시간대 외의 운행횟수도 증편시켜 나가야 한다. 지상교통 여건이 악화일로로 치달아 버스 택시가 대중교통의 「지는 해」라면 도시전철은 「떠오르는 태양」이라 하겠다. 도시전철이 대중교통의 왕자요 꽃인 만큼 상응하는 선진국형 미래지향형 제도로의 개선이 촉구된다. 심수섭 (한국미래발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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