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경식부총리 물러나야

  • 입력 1997년 8월 29일 20시 23분


경제가 엉망진창이다. 거대 재벌그룹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등 최악의 부도사태로 기업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자금시장과 외환시장 불안으로 살얼음판 같은 금융혼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외채와 국제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나라 경제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실업급증으로 고용불안이 겹치고 체불임금이 사상최고를 기록하는 등 민생(民生)의 어려움 또한 극심하다. 그럼에도 姜慶植(강경식)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정책대응에 실기(失機)를 거듭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책은 항상 뒷북을 친다. 비록 정권말 누수현상이 겹쳤다고는 하지만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한 경제팀은 실정(失政)의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새 경제팀을 구성해 경제난을 극복하는 일이 급하다. 강부총리의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 부족은 기아사태 처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혼란과 외환불안을 가져온 기아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감정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기아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동차산업의 과잉 중복투자를 부추긴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에 앞장선 장본인이 강부총리라는 점이 기아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의 기아인수 음모설과 그 뒤에 강부총리가 있다는 재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는 사태수습의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을 장기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제팀의 대표적인 무능 사례다. 인체의 혈관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 연초 이후 계속돼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나 정부는 갈팡질팡, 정책부재(不在)를 드러내고 있다. 은행 신용도가 추락해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어렵고 금리가 급등해도 문제없다고 큰소리치다가 뒤늦게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대책을 내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민생의 고통을 방치하는 정부는 있으나 마나다. 올들어 4월말까지 매월 13만명씩 모두 52만명이 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추석을 앞두고 임금과 퇴직금 체불액이 4천억원에 달했다. 불황에다 구조조정과정에서의 실업증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너무 심하다. 근로자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자제해 민간기업 임금상승률이 공기업보다 낮은데도 각종 공공요금은 껑충 뛰어 서민가계를 압박하지만 정부는 나몰라라다. 지난 7월 한달 부도액이 2조원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하루에 53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개선 조짐을 보이던 국제수지적자가 다시 커지고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은 경영의욕을 상실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몇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팀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를 끌고 가다가는 회생은커녕 경제를 영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현실에 맞지도 않는 교과서적인 시장경제원리에 집착하는 현 경제팀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강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의 교체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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