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김영란의 주부경제]퍼스널 뱅커

  • 입력 1997년 8월 24일 19시 59분


은행 영업점에 들어서면 은행원들이 보통 일렬로 죽 앉아 있고 각각 맡아 보는 일을 알리는 팻말이 있게 마련이죠. 대개 고객들은 선 자세로, 은행원들은 앉은 자세로 은행 일을 보잖아요. 그런데 서울 을지로2가 보람은행 본점 2층에 와보니 웬 방들이 이렇게 많죠? 멋지게 단장된 방 안에선 경력있는 은행원과 나이 지긋한 고객이 뭔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이 보이구요. 이 은행 87개 점포 가운데 63개에 만들어진 「퍼스널 뱅커(Personal Banker)」시스템이라고 하네요. 말하자면 고액거래 고객들에게 전담직원을 배정하고 각종 투자상담과 자금관리, 그리고 세무 및 법률문제도 해결해주는 「금융 주치의」서비스라는 거죠. 마침 鄭慶愛(정경애)퍼스널뱅커 방이 비어 있어 이곳으로 들어왔어요. 안녕하세요. 이곳에 오시는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요. 아하, 은행잔고가 7천만원이 넘는 V IP고객들이란 말이죠. 줄 설 필요 없이 이곳에서 은행거래를 하는군요. 제가 왕비 역을 많이 해봐서 「특별대우」를 많이 받아봤는데 이건 좀 색다르겠네요. 단순히 예금이 많은 고객을 특별대우 한다기보다 나이 드신 외로운 분들의 사생활도 챙겨드린다구요. 고객이 부동산을 팔고 싶어하면 은행내 전자결재 게시판에 정보를 띄워 다른 지점 고객에게 연결시켜 금세 「복덕방」으로 변하기도 하구요, 자녀 신부감이나 신랑감을 구해주는 중매쟁이 역할도 한다는 거예요. 이런 일도 있었대요.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서 살고 있던 노부부고객 가운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보람은행의 전담 PB에게 연락하셨대요. 이 남자 PB는 결국 장례식 준비에서 장지물색까지 완전히 상주노릇을 했다는 거죠. 또 나이 든 고객이 주택매매 등 부동산 계약 때 상대방에게 얕잡아 보일까봐 걱정하면 아들인 척 동행하기도 한대요. 정PB께서는 『서로를 못믿는 세태 속에서 은행원과 고객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이 제도의 강점이지만 현실 여건상 모든 고객에게는 베풀지 못해 아쉽다』면서 『퍼스널 뱅킹 서비스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보장한다』고 강조했어요. 주부여러분. 아침 저녁 날씨가 가을의 문턱에 와있어요. 애들 건강조심 아시죠. 다음 주엔 앞으로 일반 시중은행도 모두 발행한다는 「금융채의 투자요령」을 알아볼거예요. 서울 여의도에 본점이 있는 장기신용은행으로 갑니다. 김영란<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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