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강석진/21세기의 칭기즈칸들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한때 개발도상국들의 선망대상이었고 경제발전모델로 꼽혔던 한국이 지금은 시련과 위기에 직면했다.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조사대상 46개국중 31위로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경쟁력회복을 위해 정부와 경제계 관계기관은 각종 대책을 검토, 채택했지만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 외국경영자의 한국 찬사 ▼ 한국의 금융비용 물류비용 인건비와 기타 간접비용은 아시아 경쟁국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국은 외국기업들의 생산기지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한국기업들마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반도의 산업공동화(空洞化)는 머지않아 심각한 국가장래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의 여건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기대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국의 미래에 기대를 갖는 것은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투지를 불사르며 뛰는 한국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전반에 좌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해가는 이 시점에 오히려 한국인을 「21세기의 칭기즈칸」으로 보는 외국경영자가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연례경영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의 기업인들은 21세기의 칭기즈칸인가」라는 주제토론이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GE최고경영자는 한국기업들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세계무대를 향해 과감히 진출하는 모습이 흡사 13세기에 칭기즈칸이 기마병을 이끌고 중앙아시아를 휩쓴 뒤 유럽으로 진출하던 모습과 같다고 했다. 그는 필자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인은 중앙아시아대륙을 달리던 고대 몽골족의 한 줄기로 그들의 몸에는 칭기즈칸의 피가 흐른다』고 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의 진통일 뿐 결국 한국인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시아 제2의 경제대국을 건설할 것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새로 등장할 이 「21세기의 칭기즈칸들」과 세계무대에서 어떤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지,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이들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대상국으로 인식돼가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앞으로 겪게 될 선진국과의 경쟁과 그들의 견제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된다. 한국인을 「21세기의 칭기즈칸」이라고 불렀던 그 경영자의 말처럼 우리는 좌절감과 패배의식을 버리고 오늘의 위기와 시련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는데 열정을 다시한번 불태워야 한다. 현정부 출범당시 국가목표로 내세웠던 정치 경제 사회 전분야에서의 변화와 개혁에 새로운 불을 붙여 정치상황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변혁 가속화의 지름길 ▼ GE는 전사적(全社的)으로 「변화 가속화 프로그램(Change Acceleration Program)」을 추진하고 있다. 웰치회장은 이제 변화추진속도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GE의 모든 경영자와 간부들은 자기분야에서 「변화 지도자(Change Leader)」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로만 수없이 추진하던 정치 사회 분야의 개혁, 경제계와 기업의 구조조정과 감량경영, 작은 정부의 실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너무 늦어져 어떤 처방도 효력이 없어지기 전에 개혁과 변화의 실천계획을 지체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사회 모든 조직의 간부들은 「변화지도자」의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 효과적인 변화가속화의 추진을 위해 전문적인 「변화지도자」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전국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강석진(한국 제네랄 일렉트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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