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朝鮮」명함 파문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국민회의 李錫玄(이석현)의원의 명함소동은 단순한 실수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을 南朝鮮(남조선)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는 명함을 돌린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외국인이 알기 쉽게 편의상 괄호속에 남조선 표기를 했다는 이의원의 해명도 도대체 바른 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나라와 국민을 모독한 망발이다. 북한과 친북세력들만이 쓰는 남조선이란 호칭은 이미 지리적 위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남과 북의 이념과 정치체제가 다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용어중 하나다. 그것을 모른다면 한국인의 자격이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알고도 그런 호칭을 버젓이 썼다면 국민에 대한 엄청난 배신으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할 자격이 없다. 이의원은 아직도 한국을 남조선으로 호칭하는 중국인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남조선 명함」을 만들었고 이는 국제화시대에 맞는 일이라고 주장한다지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국제화라지만 나라의 정체성(正體性)과 국호의 존엄성마저 훼손하는 국제화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남들이 남조선이라고 호칭한다 해도 우리는 엄연히 대한민국이라고 당당히 알려 바로잡는 것이 비단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민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는 이의원에게 국민은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번 파문을 여야가 색깔론 공방의 연장선상에서 정쟁(政爭)화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본인은 물론 국민회의측이 우선 잘못을 사과하고 제명을 포함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옳다. 국회 징계도 당연하다. 여당 역시 이 문제를 단순히 여야 정쟁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경고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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