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PGA챔피언십]러브3세 「메이저」첫 왕관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0분


러브3세
18일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윙드푸트GC(파 70) 16번홀(파4.4백57야드) 티그라운드에 들어선 데이비스 러브3세(33·미국)의 가슴은 뛰었다. 전반에 5타차까지 뒤졌던 저스틴 레너드(25·미국)가 15번홀(파4)에서 3m짜리 버디를 낚으며 3타차까지 따라붙어 결코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 캐디인 동생 마크가 받쳐든 우산밑에서 레너드의 드라이버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빠지는 것을 확인한 러브3세는 스푼(우드3번)을 빼어들었다. 2라운드에선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등 3라운드까지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모두 페어웨이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티샷은 비 속을 뚫고 그림같이 날아 2백90야드 지점 페어웨이 정중앙에 안착했다. 남은 거리는 1백67야드. 아이언 6번으로 친 세컨드샷이 홀컵 3m지점에 멈추는 순간 러브3세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타이틀을 확신했다. 투퍼팅으로 파를 기록한 러브3세는 이 홀에서 결국 보기를 범한 레너드를 4타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레너드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 러브3세가 16번홀에서 친 두번의 샷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며 『러브3세가 투온에 성공하는 순간 우승컵은 러브3세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일곱색깔 무지개가 걸쳐진 18번홀(파4)그린에 올라선 러브3세는 4m 버디퍼팅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등극을 자축했다. 마지막 퍼팅을 끝낸 직후 마크와 아내 로빈, 어머니와 차례로 껴안은 러브3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토록 염원하던 아들의 메이저대회 우승순간을 지켜보지 못하고 지난 88년 비행기폭발사고로 숨진 아버지 러브2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우승스코어는 지난달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을 노리던 레너드(2백74타)보다 5타나 적은 11언더파 2백69타. 지난 86년 미국PGA투어에 데뷔, 39차례 도전만에 「메이저무관의 한」을 날려보낸 러브3세. 그에게 18일은 생애최고의 날이었다. 〈안영식기자〉 ▼ 러브3세 누구인가 ▼ 메이저타이틀 도전 39차례만에 올 미국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우승경력이 없는 가장 훌륭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데이비스 러브3세. 그는 타이거 우즈, 존 댈리와 함께 미국PGA투어의 3대 장타자. 1m89 80㎏으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백83야드인 러브3세는 이번 대회에서는 무려 평균 3백7.4야드의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뷰익초청대회까지 10승을 기록한 그는 정교한 아이언샷에 뛰어난 퍼팅감각까지 겸비한 「전천후골퍼」. 그는 부친이 64년 마스터스에 출전한 다음날 태어났고 열살때는 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아버지를 따라 대회 구경을 갔다가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이후 부친은 그의 티칭프로로서 지금의 러브3세가 있기까지 모든것을 뒷바라지해왔다. 그러나 부친은 꿈에도 그리던 아들의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보지못하고 88년 불의의 비행기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못다 이룬 「메이저대회 정상등극의 꿈」을 대신 일궈낸 셈이다. 러브3세는 지난해 「아버지의 날」에 진행된 US오픈 마지막날 18번홀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눈앞에 뒀으나 아버지를 생각하다 버디 찬스를 놓치고 90㎝ 파퍼팅마저 실패,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그에겐 동생 마크 러브 또한 중요한 인물이다. 마크는 형의 백을 메고 다니며 캐디역할을 함은 물론 티칭프로로 두몫을 하고 있다. 지난 87년 로빈과 결혼해 알렉시아와 데이비스 4세를 자녀로 두고있다. 〈안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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