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 현장을 방문한 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사고기 잔해 앞에서 사진을 촬영,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 문화는 「증명사진」문화라는 얘기가 있다. 외국에 나가 역사적 유물이나 명승지에서 좋은 배경을 뒤로하고 사진찍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일본인 아니면 한국인들이다. 서양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찍기 보다는 경치나 기념물 자체를 찍는다.
「증명사진」을 찍는 이유는 추억을 남기고 또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이런 곳에 갔다 왔다」는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외국에 나가면 너나 할것 없이 외국의 고위급 정치인들과 함께 사진찍기 위해 추태를 부리기 일쑤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사진촬영을 위한 여행인지 방문이 목적인지 모를 정도로 기념사진 찍기에 열중한다는 얘기를 듣곤한다.
이번 괌사고 현장에서의 기념사진 촬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편 늘 그래왔듯이 정치인들이 사고 현장에 나타나봐야 도움은커녕 일만 방해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고 수습에 한 사람이라도 더 투입돼야 하는데 이 정치인들 때문에 몇 사람이 따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고현장을 정장차림으로 찾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장소에 관계없이 정복을 고집하는 것도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인들의 「증명사진」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강신영(서울 서초구 서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