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점투성이 항공사고 구난체계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대형참사가 날 때마다 되풀이 지적돼온 것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긴급구조구난체계의 정비다. 진상조사는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고 긴급구조구난체계는 인명구조 등 신속한 재난수습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직도 허점투성이임이 드러났다. 2백20여명의 귀중한 인명을 앗아간 이번 대한항공 괌 추락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의 사고수습능력과 긴급구조구난활동은 한마디로 한심하다. 사고당일 정부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했으나 이틀간이나 현장접근조차 못한데다 사고발생 나흘째까지도 수습된 시신의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성격상 국제협약이 규정한 속지주의(屬地主義)원칙에 무조건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한미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고현장의 상황파악은 물론 응급의료진의 파견, 부상자의 국내 수송, 현지와의 연락체계, 사후수습대책 마련 등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안에 항공안전사고의 진상조사를 위한 기구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삼풍사고 이후 재난관리법을 새로 만들고 중앙긴급구조구난본부를 설치했지만 제 기능을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동안 무수한 대형사고를 겪었음에도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구조구난체계는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괌주둔 미군과 현지 당국의 일사불란한 구출작전과 재난관리는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도 이제 항공안전문제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항공안전을 관리감독하는 독립된 행정기구의 설치와 법령의 정비, 관련기술의 개발을 서둘러야 하고 재난에 대비한 위기관리조직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인력 장비 체계를 다잡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