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비행기사고 하루만에 또 지하철사고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어제 아침 서울시민들은 KAL기 추락참사에 이어 또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날 새벽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전동차 3량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탈선사고란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시민들은 TV뉴스를 지켜보며 혹시 다친 승객은 없는지, 출근길 지하철은 제대로 운행되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선 시민들은 직장까지 가기 위해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문제의 사고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자 승객들은 버스나 택시를 타기 위해 길거리에서 우왕좌왕했다. 혼란이 빚어진 것은 2호선만은 아니었다. 환승이 가능한 다른 노선의 지하철 운행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사고발생부터 지하철이 정상운행으로 돌아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8시간으로 지금까지의 지하철 사고 가운데 승객들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될 만하다. ▼서울 지하철은 하루 이용객이 4백50만명, 수송분담률이 34%나 될 정도로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특히 지상교통 체증이 가중되면서 이제 지하철 없는 서울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점에서 지하철 종사자들에게는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차질없이 지하철을 운행하는 것은 대도시 서울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과 다름없는 보람된 일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일단 기관사의 단순 실수로 분석되지만 복구작업에서 지하철공사측이 보여준 늑장대응 태도에서는 이같은 사명감이나 직업의식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하철이 시민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면 좀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하철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서울의 교통난 해결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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