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진숙/『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 입력 1997년 8월 4일 10시 10분


입술이 부르트고 팔뚝에 상처까지 났구나. 손톱밑은 기름때가 끼여 새까맣고 엉덩이에는 땀띠가 나있는 너의 자는 모습을 보니 이 엄마의 마음은 찐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 새내기 생활을 할때 자동차 수리업소에 취직해 타이어 때우는 기술을 배운다고 날마다 출근하는 네 모습에 엄마는 할 말이 없었다. 나중에 엄마 호강시켜 주겠다며 어깨를 감쌀 때는 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단다. 군대에 가기 전에 기초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그 추운 겨울에도 정비를 배우느라 기름투성이가 돼 들어오는 네 모습을 보며 엄마는 속으로 울었단다. 남들은 자기 아들 일이 아니니까 훌륭한 청년이라며 날 위로해 주었지. 잘생긴 모습에 마음씨 착하고 멋을 아는 내아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네가 고생길로 들어선 게 가슴이 아팠단다. 누가 아들 인생은 아들 인생, 엄마 인생은 엄마 인생이니까 기죽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 네 인생은 네 것이지. 하지만 일등 자식 뒤에 일등 엄마가 있다는데 일등 엄마가 못되어 늘 미안하다. 대학 보낼 돈 모았다 나중에 사업 밑천 대달라는 네가 얼마나 얄미웠던지. 모든 젊은이가 기피하는 어렵고 더럽고 힘들다는 길로 들어선 네가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하다. 네가 노동자가 된 뒤부터는 「그래 너같은 젊은이가 없다면 저 수많은 아파트 빌딩이 어떻게 올라갈 것이며 저 헌 자동차는 누가 다 고칠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됐단다. 너같은 젊은이가 없다면 이 세상은 돌아갈 수가 없겠지. 군대 제대하고 무사히 돌아왔을 때 감사하면서도 네가 세상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됐단다. 군대생활하면서 고생했으니 여름 동안 푹쉬고 천천히 살아갈 궁리를 하라고 했더니 너는 딱 한달 쉬고 다시 취직을 했지. 이 더운 여름에 출근하는 너를 보니 또다시 가슴이 아파온다. 삼복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할 너를 생각하면 선풍기 앞에 앉는 것조차 미안한 생각이 드는구나. 앞으로 5년은 열심히 배워야 기술자가 된다는데 고생을 낙으로 삼고 훌륭한 기술을 익혀 자랑스런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아들 한테 시집올 요즘 여자가 있을까 걱정도 된다. 오기만 하면 후회는 하지 않을텐데…. 잠든 네 엉덩이에 땀띠분이라도 뿌려주고 싶구나. 김진숙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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