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람들은 『당신 나라의 전통문화나 역사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난처하다고 말한다. 역사가 짧기 때문에 호주인이나 외국인 모두 떠올리는 것이 캥거루 코알라 이뮤 등 동물이나 자연적 특징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호주는 물론 인근 뉴질랜드 사람들까지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국가기념일인 4월25일 「앤작 데이」다.
앤작 데이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호주―뉴질랜드연합군(ANZAC)이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하고 있던 터키의 갈리폴리반도에 상륙한 날로 8개월간의 전투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서 호주군인 8천5백87명이 전사했고 뉴질랜드측도 큰 희생을 치렀다.
호주는 대륙국가이면서도 인구는 1천8백여만명에 불과, 자주국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의 국방정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1, 2차대전은 물론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쟁에 참전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앤작 데이 행사는 호주전역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 올해 앤작 데이에는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20여만명의 시민들이 도로변에 나와 퇴역군인들의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비록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후손들에게 가르치려는 노력은 매우 진지하다.
두 아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지켜본 엘리자베스(39·여)는 『행진대열이 잘 보이는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나가 기다렸다』면서 『할아버지들이 무엇을 위해 전쟁에 참가했는지 가르쳐주기 위해 5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또 앤작 데이 주간에는 학교에서도 역사적 배경과 교훈 등을 과제로 내주거나 퇴역군인을 초청, 경험담을 들려주고 재향군인회가 만든 빨간 양귀비 모양의 「파피」라는 배지를 달고 다니며 이날의 뜻을 기린다.
대만의 용안(龍安)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중국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전통인형극을 가르친다.
지난 6월20일 이 학교를 방문했을때 4학년 학생 7명이 졸업식 행사때 공연할 인형극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수망상조(守望相助)」라는 제목의 이 인형극은 코가 민감한 사람이 코로 산적들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들을 물리치고, 선비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강도를 만나 기지(機智)로 풀려나거나, 정의감이 있는 청년이 위험에 처한 갑부집 딸을 구해주고 결혼한다는 내용을 모은 장중극(掌中劇).
이 학교는 전통인형극처럼 교사가 직접 가르치기 어려운 것은 학부모회의 논의를 거쳐 외부 전문단체 강사를 초빙해 가르친다.
선비역할을 맡은 林紀翰(임기한·10)군은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당을 교묘하게 따돌리고 빠져나오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다』면서 『선조들이 어떤 교훈을 가르쳐주려고 하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의 자크라드니 초등학교는 도덕 사회시간에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프라하는 「백탑(百塔)의 도시」 「유럽의 음악학원」 「북쪽의 로마」 등으로 불릴 정도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유서깊은 도시.
2차대전때 나치의 폭격으로 부서진 시청사, 68년 「프라하의 봄」 당시 대규모 시위의 무대였던 바츨라프광장 등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건들을 설명해주고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페트라코스파로바(여) 교감은 『딱딱한 교실보다 역사의 현장에서 가르치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면 교육의 효과가 높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당해야 했던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시드니·타이베이·프라하〓이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