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6)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9〉 내 손으로 내가 묻힐 무덤을 파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답니다. 『나는 다섯 번의 항해때마다 죽을 고생을 했건만 그것으로도 모자라 또 다시 고향을 버리고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내 이 이름도 모르는 땅에 묻히게 되었구나! 내 고향 집에는 내가 평생을 두고 아무리 써도 반도 못쓸만큼 많은 재산이 있건만 그것으로도 모자라 장사를 나섰다가 이제 빵 한조각을 못먹어 굶어죽게 되었으니 세상에 나보다 미련한 놈이 달리 있을까?』 이렇게 나 자신을 질책하던 나는 또 그 옛날 내 소년 시절에 아버지가 나에게 하셨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행복이 가장 소중한 것이란다. 그러니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꿈꾸지 말아라. 그런 것을 꿈꾸게 되면 남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고생을 하게 마련이란다. 그래서 옛 성현들도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더냐. 「현명한 자는 남들이 흔히 걷는 길을 걸을 것이요, 어리석은 자는 남들이 걷는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빠진다. 그렇게 되면 수렁에 빠져버릴 수도 있고, 가시덩굴에 걸려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다」 성현들의 말씀은 틀린 것이 없단다. 보통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아버지의 이 말씀을 떠올리자 나는 뜨거운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힐책하면서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는 뜻밖에도 아주 엉뚱한 생각 하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물줄기에는 반드시 그 시원(始原)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틀림없이 그 종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듣기에는 그저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깨달음이 나에게는 흡사 신의 계시처럼 느껴졌답니다. 그리하여 나는 혼자 외쳤습니다. 『이 골짜기를 흐르는 저 물줄기는 비록 산 밑에 나 있는 동굴속으로 사라지지만 언젠가는 하구에 이르게 될 거야. 따라서 저 동굴 속 물줄기를 따라가보면 이 오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거기에 인가가 있다면 물론 다행이고, 그렇지 않고 바다로 직하하는 폭포를 만나게 된다 할지라도 그때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이 바위 절벽 위 흙 구덩이 속에 누워 혼자 죽어가는 것보다야 차라리 그렇게 죽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모르지』 이렇게 외치고난 나는 코모린 종 침향나무 조각들을 한껏 주워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칡덩굴들을 뜯어다가 침향나무를 얽어 강넓이보다 조금 좁은 뗏목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뗏목을 완성한 뒤에는 죽은 동료들이 남기고간 옷가지들로 자루를 만들었습니다. 그 자루에다가는 강 바닥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보석들, 홍옥이며 비취며 다이아몬드며 금덩어리며, 심지어는 사금까지 퍼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루들을 뗏목에다가 단단히 비끄러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뗏목 네 귀퉁이에다 굵은 침향나무 한개씩을 기둥처럼 세웠습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자 나는 알라께 기도를 드린 뒤 뗏목을 물에 띄우고 나도 그 위에 올라탔습니다. 내가 탄 뗏목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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