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맞아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14일 발표한 교통소통과 대기오염억제 대책은 대체로 정책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의심되는 것이 많다.
▼ 교통대책 ▼
건설교통부는 수송분담률이 14%에 불과한 승용차가 도로교통량의 65%를 차지하고 이중 78%가 나홀로승용차인 점을 감안,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차고확보 증빙서류가 있어야 차량등록을 할 수 있는 차고확보제 도입을 재추진키로 했으나 종전의 전국적인 시행 방침에서 한발짝 물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율판단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만 관련법에 마련키로 했다.
승용차 이용억제를 위해 자동차세를 폐지 또는 감면하는 대신 주행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와 교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재정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 등 열가지 이유로 이번 교통대책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건교부는 도입 여부를 놓고 수년간 논란을 벌여온 주말차량제도에 대해서도 우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후 연구해 도입하겠다며 한발짝 후퇴했다.
자동차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세수를 확보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주말차량제 등이 시행되기 힘든 형편이다. 건교부의 교통대책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내버스를 육성키 위한 최저보조금입찰제와 공영버스운영, 리무진택시 밴택시도입, 대중교통 보행자전용지구 지정 등은 완전히 지자체의 몫이다.
건교부가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은 △도시철도 건설 △버스공영차고지 건설 △오지지역 버스구입 △역세권 환승주차장 건설 등에 불과하다.
건교부는 국토개발을 맡고 있지만 교통수요 유발효과가 적은 개발과 효율적인 도로건설 등에 관한 대책이 없어 교통종합대책이 그때 그때의 임시방편적인 것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택지개발이 자족기능이 없는 베드타운형태로 이뤄져 교통수요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는 것.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건교부의 대책은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해 교통수요 발생을 억제하기 힘들고 실현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 대기오염 억제 ▼
환경부는 오는 2000년까지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행세 유류소비세 혼잡통행료 등 자동차 이용단계의 비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현재 휘발유값의 45.1% 수준인 경유값을 2000년까지 80% 수준으로 올려 오염물질을 휘발유차의 23배를 배출하는 경유차 사용을 억제키로 했다.
특히 2000년부터 자동차회사들이 승용차 제작차량의 2%를 반드시 저공해자동차로 생산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을 총량규제하는 특별조치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었다가 부처간 협의를 통해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료배포 직전에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해프닝은 환경보전대책 추진이 개발정책을 주도하는 부처의 저항에 부닥쳐 번번이 좌절됐던 전례를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자동차 1천만대 시대의 대기오염억제 대책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준우·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