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힘들때 더 챙겨주라』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회사원 박철수씨(40)는 장모가 중풍에 걸린 장인을 박대하는 모습을 뵙기가 민망하다. 장모로서는 서운했던 일들이 쌓인 것 같다. 임신중 입덧으로 고생할 때 세끼 식사 준비는 물론 잔심부름까지 시켰던 일, 자신이 아플 때 주부가 아파서 불편하다고 화를 냈던 일 등등…. 그러나 두 분 사이가 항상 나쁘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재미있고 자상한 남편은 아니었겠지만 나이 칠십을 바라보면서, 더구나 중풍을 앓고 있는 장인을 그런 자잘한 이유들로 박대한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외도나 폭력, 경제적 무능력같은 분명하고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가족관계의 본질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 자녀와 잘 놀아주고 심지어 야단치는 일은 아내에게 미루면서 인기작전을 펴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빠가 아닌 엄마에게 달려가고 심지어는 아빠를 밀쳐내기까지 한다. 야단만 치는 엄마한테 어린 자녀가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녀가 힘들 때 정말로 보살펴준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데 있다. 아이가 볼 때 아빠는 평소에 잘 놀아주지만 문제가 생기면 얼른 엄마에게 자신을 맡겨 버린다. 결국 자녀에게 아빠는 「내가 좋을 때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사람에 대해 더 큰 고마움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 부부도 진정한 가족으로서의 결속을 느끼기 위해서는 서로 좋을 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 오히려 더 위해주고 힘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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