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간 아들을 두고 있는 팔순노인이다. 얼마전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때 아들이 재외국민 인감을 발급받아 달라기에 이곳저곳에 문의하여 서류를 준비하고 재산소재지 세무서에 들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감을 쉽게 뗄 수 없다기에 세무사를 찾았더니 수수료가 비싼데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 당황했다.
그날저녁 비행기편으로 서류를 보내야 하는데 큰 일이다 싶어 생각다 못해 직접 아들의 주소관할인 개포세무서를 찾아갔다. 담당직원은 부동산이 아주 복잡하여 계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류도 미비하여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급하다는 것을 안 담당자는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컴퓨터로 열심히 계산하는 등 2시간여 만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주었다.
하도 고마워 음료수라도 사 마시라며 봉투를 내밀었더니 웃으면서 『할아버지 용돈에 보태 쓰시고 손자들 과자도 사주세요』하면서 점잖게 사양했다. 담당계장이라는 사람은 현관까지 부축하며 조심해서 가라고 인사까지 하여 공무원이 아니라 아들같은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급한 사정이 있는 민원인을 자기 일처럼 열심히 처리해주고 촌지 또한 거절하는 이런 공무원의 행동은 나를 감동시켰다. 이 일은 주로 외국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고국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고취시킨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이복규(서울 송파구 가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