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4]홍콩大 「천안문」희생자조각 처리 관심

  • 입력 1997년 6월 27일 07시 18분


「치욕의 상(像)」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홍콩반환이 가까워오면서 홍콩대 구내 학생회관 앞에 있는 한 조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욕의 상」으로 불리는 이 조각상은 지난 89년 6월4일 발생한 천안문사태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홍콩대 학생회와 민주세력들이 지난 5일 대학구내에 설치한 것. 조각 윗부분은 50여명의 고통스런 얼굴과 몸부림을 보여주고 조각 아랫부분의 사각형 기단 정면에는 「육사도살(六四屠殺)」이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1989년 6월4일 천안문 대학살. 구세력이 젊은 세력을 죽일수는 없다」고 큰 글씨로 새겨놓아 천안문사태를 대학살로 규정, 고발했다. 옆면에는 「기본적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다 군과 탱크에 의해 진압된 평화시위를 기리기 위해 이 조각상을 세운다」고 기록돼 있고 천안문사태 당시의 진압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동판화 8장도 좌우 기단에 부착되어 있다. 천안문사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 일반에 전시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이 조각상뿐이다. 이상은 천안문사태를 폭도들이 일으킨 변란을 진압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하는 중국당국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 무게 2t, 높이 8m의 청동으로 된 이 조각상은 덴마크의 조각가 젠스 갈쉬오트가 제작한 것으로 지난 4일 천안문사태 8주기 행사에 앞서 홍콩 민주세력에 기증됐다. 「홍콩시민지원 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와 홍콩대 학생회등은 이 조각상을 빅토리아공원에 설치, 추모행사를 치렀으나 하루만에 공원에서 철거돼 홍콩대로 옮겨졌다. 홍콩대 총학생회장 王振星(왕진성·22·토목공학과)은 『오는 9월말까지 홍콩대 구내에 두기로 학교측과 합의했으나 북경당국이 반환 후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상에 대한 북경당국의 태도는 홍콩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구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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