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英 「브레스드 오프」 내달7일 개봉

  • 입력 1997년 6월 27일 07시 18분


늘 매캐한 석탄연기를 호흡하는 광원들과 브라스밴드. 어울릴 것 같지도 않은 이 두가지를 흥미롭게 버무려낸 영국영화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감독 마크 허만)는 촌스러우면서도 튼튼한 감동을 끌어낸다. 무대는 그림리라는 요크셔지방의 가상 탄광촌. 폐광의 위기와 함께 탄광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공동체가 흔들리는 모습이 영화의 얼개다. 특히 이 탄광촌의 공동체 정신을 대변해온 브라스밴드의 이야기가 그 한가운데 서 있다. 「돈질」에 넘어간 대부분의 광원들이 폐광에 찬성하면서 스크린에는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고 브라스밴드 전국대회 결승전은 눈앞에 다가왔는데 탄광밴드가 해체 위기를 맞는다. 이때 거친 광원들로만 구성된 이 탄광밴드에 푸루걸 혼(트럼펫의 일종)을 기막히게 불어제치는 한 처녀가 합류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그녀는 결승전에 나갈 수 있는 돈을 대는 한편 밴드의 최연소 나팔수 이완 맥그리거와 10대때 나눴던 풋사랑에 다시금 불을 지피며 메마른 영화속에 사랑이야기를 끌어들인다. 이완 맥그리거의 변신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 「트레인스포팅」에서 마약에 중독된 깡마른 스킨헤드로 출연, 96년 초반 젊은 팬을 열광시켰던 그는 이 영화에서 트럼펫을 든 광원으로 나섰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이 영화에서 맥그리거는 전처럼 튀지는 않지만 자연스런 연기와 함께 96년 후반의 영국을 트럼펫소리로 온통 뒤흔드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라스트신에서 브라스밴드의 음악선율이 펼치는 「연기」같은 「연주」. 로시니 작곡의 윌리엄 텔 서곡(일명 1812년 서곡)이 유서깊은 런던 앨버트홀에서 울려퍼진다. 악기를 힘껏 불어제치는 광원들의 표정에 담긴 고단한 삶의 그림자들, 그리고 실존하는 탄광밴드가 참여해 스크린에 담아낸 생생한 음악. 느릿느릿 정직하게 훑어나가다가 동시에 급박하게 표정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제대로 섞인 영상과 소리는 「작지만 거대한 인생이야기」로 변해 관객들의 목을 울컥하게 한다. 그늘진 탄광촌의 이야기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희망의 빛을 발하며 복된 결말로 이어진다. 진땀나는 여름철 대형오락물들의 전운이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극장가에 성큼 발을 디딘 「예쁜」드라마 한편이다. 7월5일 호암아트홀 개봉.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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