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강릉 70년된 미루나무 벼락맞고 『수난』

  • 입력 1997년 6월 26일 09시 30분


마을 어귀에 있는 아름드리 미루나무가 벼락을 맞자 사람들이 몰려 껍질을 벗겨가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소동은 「벼락맞은 나무를 집에 두거나 삶아 먹으면 액운을 피할 수 있으며 병도 낫는다」는 속설때문. 강원 강릉시 유천동 咸元植(함원식·49)씨 집 앞에 서있는 35m의 70년생 미루나무가 벼락을 맞은 것은 지난 21일 오후3시50분경. 이날 이 마을에는 비를 동반한 천둥 번개가 수차례 휩쓸고 지나갔으며 번개가 칠 때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뇌성이 울렸다는 것이 주민 洪鍾玉(홍종옥·68)씨의 말이다. 벼락이 떨어진 미루나무는 꼭대기에서부터 밑둥까지 일직선으로 속살과 껍질이 터지면서 하얀 상처를 드러냈다. 미루나무가 벼락을 맞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바로 다음날부터다. 安正宣(안정선·38·강릉시 홍제동)씨는 『벼락맞은 나무를 갖고 있으면 액운을 막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찾아왔다』며 미루나무 껍질을 한움큼 가져갔다. 崔武集(최무집·72·강릉시 송정동)씨는 『정신병 환자 가족들이 부탁해서 벼락맞은 나무 껍질을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강릉대 국문과 張正龍(장정룡)교수는 『예로부터 벼락을 맞은 나무를 갖고 있으면 기(氣)가 성하고 재물이 왕성하다는 속신(俗信)이 있다』며 『낙뢰목은 대추나무가 가장 좋고 그 다음이 복숭아나무지만 일단 벼락을 맞은 나무라면 수종에 상관없이 길한 것으로 쳐주었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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