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0代에 시집 「빠지지…」펴낸 김길나씨

  • 입력 1997년 6월 25일 20시 30분


세상을 독자로 갖기까지는 40년이 필요했다. 다음주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문학과 지성사)를 펴내는 김길나씨. 『문학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작정한 것은 10대 소녀시절. 그러나 지금 나이는 쉰여섯이다. 『언어의 유희, 부질없음에 사로잡혀있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침묵수업을 한답시고 7년간은 아예 시를 쓰지 않기도 했지요』 문학을 사랑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문학수업을 받지 않았다. 가슴속에 젊음의 불이 끓던 시절, 그는 신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천주교 선교사로 활동하며 「신과 삶과 죽음 안에서 침묵하면서도」 가슴속에는 시가 여물었다. 그의 시는 격정적이다. 온갖 고정관념에 제 머리를 부딪는 젊은이의 것처럼 예측불허다. 상상력의 지평은 지상을 넘어 저 우주로 향해 있다. 「무시무시한 중력의 블랙홀을 방금/빠져나왔다 시간만이/끝까지 살아남아/0時는/참을 수 없이 뜨겁다/참을 수 없이 무겁다/영원의 특이점이므로//우주처럼/시간이 점 하나로 응축된다/한 처음이 새롭게 폭발한다//끝인지 시작인지 아무도 모른다」(0時) 혼자 쓴 시들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 고독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95년 자비로 첫 시집 「새벽날개」를 펴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리라고 여겼던 시집이 출간된 뒤 어느날 문학과 지성사에서 원고청탁을 해왔다. 시를 받아본 출판사는 경력란에 적힌 그의 출생연도가 「오기(誤記)」일 것이라고 짐작할 정도였다. 『나이 먹는다고 상상력까지 늙지는 않아요. 제 출발이 결코 이르지는 않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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