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여교사의 「촌지기록부」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04분


지난 21일 오전 서울 N초등학교 회의실. 학급담임인 한 여교사의 「촌지 기록부」사건으로 교육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이 학교 회의실에 학부모 20여명이 모였다. 학교측이 문제의 여교사에 대해 당국이 선처해줄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줄 것을 학부모들에게 부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그러나 이날 모임에 나온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문제의 여교사는 전날 직위해제돼 학교를 떠나면서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학부모 대부분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고 등을 돌렸다. 학교측은 이 바람에 의도했던 구명운동이나 탄원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학교측에 『하루빨리 새 담임을 임명해 수업을 정상화시켜 달라』 『촌지문제에 대한 학교차원의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해 이 자리에 참석한 교장(61)은 진땀을 쏟았다. 이 교장은 『새 담임선생을 임명했으니 안심하라. 학교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사태 진정에 협조해 달라』며 학부모들을 진정시키기에 급급했다. 이 학급의 한 임원 어머니는 『학교측에선 남편이 구속된 선생님의 딱한 사정과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학부모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주기를 바랐지만 엄마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컸다』고 전했다. 이날 학부모들끼리 나누는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도 오갔다. 한 학부모(37·여)는 『지난번 스승의 날에 성의를 표시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이달 중순경 담임교사에게 10만원을 전했다』며 『그때 이미 선생님의 남편이 구속된 상태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임원 학부모는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린다』며 『다시는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 등 어른들이 반성하자』고 촉구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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