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육장 생지옥 도살장…. 동아일보가 18일 입수한 비디오테이프는 그동안 귀순자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진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처참한 실상을 생생히 확인해 주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모두 10개로 20여만명이 수용돼 있다. 대부분 군부대로 위장돼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가 「관리소」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천(14호) 요덕(15호) 화성(16호) 회령(22호) 청진(25호) 등 다섯곳은 경비원으로 근무했거나 수용돼 있던 사람들이 귀순하면서 비참한 실상이 공개됐다.
함북 회령시 굴산리 중봉동의 회령관리소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있다. 외곽에는 높이 2.5m의 전기 철조망, 그 안쪽에는 깊이 2.5m, 폭 2m의 구덩이가 있으며 탈출을 하지 못하도록 죽창과 못이 설치돼 있다.
수용인원은 5만여명. 대부분 일제시대 때 지주 자본가 관료 종교인, 그리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체제를 비판했거나 가족이 월남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정치범은 3대를 멸하라」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철저히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는다. 수감자들도 자신을 스스로 「개」라고 부를 정도다.
옷과 신발을 일절 공급하지 않아 들어갈 때 입었던 옷을 죽을 때까지 누더기처럼 걸치고 있어야 한다.
하루 식사배급량도 옥수수 3백g에 불과, 대부분 영양실조 또는 각종 질병에 걸린 상태이지만 일절 치료해 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비대 하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94년 귀순한 安明哲(안명철·28)씨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사람은 모든 수용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굴 팔 다리 등 사지를 묶고 총살했다』고 증언했다.
요덕관리소는 함남 요덕군 전체면적의 3분의 1을 차지, 5만여명을 수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해발 1천5백m이상의 병풍산 백산 모도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설치돼 있다. 수용자들은 대부분 허름한 막사에서 지내지만 일부는 건축자재부족으로 토굴에서 생활하기도 한다는 것이 이곳을 탈출, 귀순한 강철환씨(29)의 증언.
하루 일과는 오전 5시반에 일어나 옥수수로 식사를 때우면서 시작한다. 밤9시까지 금광 목재 산나물을 채취하며 밤10시부터는 다시 모여 김일성 부자 찬양노래를 부르는 등 철저한 사상개조 학습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김포공항을 통해 귀순한 강철호씨(35)는 지난 87년 9월부터 대흥관리소에 수용돼 있다가 92년 10월 극적으로 탈출했다.
강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흥관리소는 함남 단천시 북쪽 검덕광산을 지나 양강도와 경계를 이루는 해발 2천3백여m의 두루산 아래에 있다.
수용인원은 4천8백여명으로 골짜기 한쪽만 트여 있어 다른 수용소처럼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관리소의 지도원이나 경비원들은 「선생」으로 불리는데 이들이 지나갈 땐 하던 일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한다.
수감자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돼지먹이를 노리기도 한다.
풀이나 산나물을 뜯어먹는 일도 많은데 잘못 먹는 바람에 온 몸이 붓고 고름같은 복수가 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면 제발로 걸어서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용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체념한다.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배고픔 일 추위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수용소안의 비참한 실상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는 것이 「지옥」에서 돌아온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송상근·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