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일명/아이의 구멍난 양말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며칠전 아내와 잠시 언쟁을 벌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양말 발가락 끝부분에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아이가 새 것으로 사달라고 하자 제 엄마는 『그래 알았어』라고 수월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버리려고 그래? 꿰매서 신으면 될텐데』 내가 못마땅해 하며 한마디 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양말을 꿰매 신고 다녀요, 궁상스럽게』 『뭐, 궁상? 당신 왜 그리 호강스러운 소릴 해. 애들 교육적인 면을 생각해서라도 꿰매 신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이 아니라 되레 애 기만 죽인다고요. 그리고 그렇게 바둥거리며 구차하게 살 필요 없잖아요』 이렇게 아내와 의견이 맞지않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도 한마디 했다. 『아빠, 꿰매 신으면 창피하단 말야. 새거 사면 되잖아. 아빠는 째째하게 왜 그래』 아이의 당돌한 태도에 당혹감마저 들어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할지 난감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어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으려 하지 않고 멀쩡한 물건도 싫증이 난다고 내던지기 일쑤다. 어른은 아이들의 그런 자세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구멍난 양말을 꿰매 신게 하는 문제가 사소한 듯해도 교육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엄마된 입장에서 되레 교육적인 면보다 아이의 기죽는 것을 염려하는 태도가 못마땅하여 아이를 내보내고 난뒤 격론을 벌인끝에 나의 뜻을 관철하고야 말았다. 어느 부모도 제아이를 궁상스럽게 키우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양말에 난 구멍의 크기보다 가정 경제의 구멍이, 아이의 교육에 대한 구멍이 더욱 커질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김일명(울산 남구 무거1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