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령자 PC통신」장원 정태용-양길상씨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컴퓨터에 대한 노인들의 관심은 대단합니다. 다만 컴퓨터를 만질 기회가 적은 것 뿐이지요』 PC통신 하이텔원로방과 동아일보가 공동주최한 「고령자 PC통신 경진대회」에서 영예의 장원을 차지한 鄭泰容(정태용·70·백일장부문)씨와 梁吉相(양길상·64·기술부문)씨는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PC통신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우편을 교환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적어 게시판에 올리기도 하고 정기적인 친목모임을 가지면서 「시간밖에 가진 게 없는」 노년을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 기술부문 장원을 차지한 양씨는 지난 95년 강원도 원주 하이텔이 주최한 노인 PC통신모임에 친구와 함께 찾아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뭘 잘못 건드려 고장이라도 내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하나 둘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쉬트 등을 이용, 일정과 돈관리를 하고 일기를 쓰는 등 모든 일상사를 컴퓨터 안에 기록할 정도로 발전했다. 백일장부문 장원인 정씨는 PC통신경력 4년의 베테랑. 지난해 원로방이 생기기 전에는 온라인에서 같이 어울릴 사람이 없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채팅방에 들어가면 「방가」(반갑습니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나오기도 했다. 그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모임이 생기면서 비로소 PC통신의 묘미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날 실력을 공인받은 정씨와 양씨는 그러나 아직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노인과 컴퓨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정말 무서워요. 우리 주위에는 컴퓨터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돈이지요. 돈이 없는 사람이 대다수고 있어도 자식걱정에 맘놓고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나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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