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계에 관한 정부 최종안이 16일 발표됐으나 금융개혁의 핵심사안이 과연 정부안대로 소프트 랜딩(연착륙)할 수 있을까.
우선 법적인 문제다. 재정경제원은 이날 『법안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지만 이달로 예정됐던 임시국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정국은 이미 대통령선거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어서 「표밭」을 의식하고 있는 국회가 정부의 법안을 추켜들지도 의문이다.
尹增鉉(윤증현)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안하는 것까지만 정부의 역할이며 일단 제출하면 국회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해 법제화 작업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경원장관도 『연내 통과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안 확정 과정부터 소란스러웠던 금융개혁의 앞날은 「산넘어 산」이다.
일단 법안 통과를 전제로 가장 먼저 닥칠 문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 감독원 직원들의 인원정리 문제. 현재 각각의 임원을 포함해 은감원 5백87명, 증감원 5백20명, 보감원 3백50명 등 1천4백여명이 있다.
강부총리는 『당장에 이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수준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말을 곧이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절반 이상이 갈 곳 없이 떠돌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어느 부처도 1천명을 웃도는 조직이 없고 일본에서도 통합 금융감독원 인원을 3백50명선으로 잡고 있다.
속성이 다른 이들 인력을 한데 접합시킬 때 벌어질 갈등은 접어두더라도 금융감독위의 분야간 인력교류가 거의 불가능해 통합적 금융감독이 효과적으로 이뤄질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
한은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통화신용정책이 매끄럽게 정착할지도 불투명하다. 한은은 지금도 통화를 보수적으로 운용해 돈가치의 안정에 가장 치중하는 반면 정부는 성장에 훨씬 더 깊은 관심을 쏟아왔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한은이 붙잡고 있는 것은 총통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은행계정의 통화 뿐』이라고 말했다. 신탁계정에서 들고나는 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데도 한은이 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들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은 「제도를 위한 제도」라는 것.
재경원은 『물가상승 가운데 천재지변에 의한 부분은 빼고 통화신용정책의 잘못에서 빚어지는 부분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또 재경원 한은 금융감독위의 3개 축이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한달에 한 번 이상 정례협의회를 갖겠다는 것도 실효성에 의심이 가는 부분. 그동안 재경원장관이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지만 회의를 주재한 일이 거의 없고 재의요구권도 발동한 일이 없는 것이 단적인 예다.
금융계에서는 『재경원은 개편과정에서 잃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3개 관련기관의 연계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하지만 일단 법안이 통과돼 가동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가 불거질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