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때부터 20년간 2천여쌍의 주례를 섰다. 우선 주례 부탁을 받으면 전날 목욕을 했어도 그날 아침에는 반드시 샤워를 한다. 속옷부터 모두 세탁한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애주가지만 전날만은 금주를 한다. 예식시간 10분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식장에 도착한다. 이것이 나의 주례로서의 법칙아닌 법칙으로 돼 있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 부모의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이때 흔히 금일봉을 사례하는 경우도 있고 간단한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 내외가 인사를 온 경우는 단 두 쌍밖에 없다.
그런데 더욱 섭섭한 점이 있다. 주례를 마치고 나면 기념사진을 찍고 피로연장으로 가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아무도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주례를 섰기 때문에 하객들이 모두 얼굴을 알고 있는데 스스로 피로연장으로 찾아가 한쪽 구석에서 혼자 쓸쓸히 식사를 하는 것이 모양새가 영 좋지 않다. 결코 권위의식에서가 아니라 왠지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다.
한마디 부탁을 하고 싶다. 결혼식을 주관한 주례에 대한 배려를 끝까지 해달라는 것이다. 즉, 식이 끝나면 양가 부모가 사회자에게 미리 부탁하거나 아니면 친척중에서 한사람을 선택해 피로연석으로 안내, 식사를 하는데 까지도 도와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주례를 한번 서기 위해 하루 일을 포기하며 온갖 정성을 기울여 봉사하는데 혼자 어색한 밥 한그릇을 먹고 나오는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곽인식(경기 광주군 광주읍 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