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7)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3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0〉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다시 바위 틈으로 기어들어가 시체들로 가득한 죽음의 동굴로 되돌아갔습니다. 동굴 안에 두고온 음식과 물을 꺼내어오기 위해서였습니다. 동굴 안으로 되돌아온 나는 우선 아내의 시체를 동굴 밖으로 옮겼습니다. 아내의 시체는 그 사이에 거의 다 썩어버리고 해골과 뼈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곱고도 사랑스럽던 아내가, 그 감미롭던 그녀의 육체가 이렇게 흉측한 꼴로 변해버린 것을 보자 나는 몰려드는 슬픔과 허무감으로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산기슭에 땅을 파고 아내의 해골을 묻어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다시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가 시체들이 걸치고 있는 진주며 보옥 목걸이는 물론, 보석을 박은 금은의 장신구들, 그밖의 귀중품들을 닥치는대로 그러모았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수의에다 싸 꾸러미로 만든 뒤 동굴 밖, 해변에 면한 산기슭으로 옮겼습니다. 시체들의 패물들을 모아 꾸러미로 만들어 동굴 밖으로 옮기는 작업은 그러나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그 양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몇날 며칠을 두고 그 일을 계속했으니, 전능하신 알라의 뜻이라면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는 날도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나는 매일 같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생매장 된 사람이 발견되는 대로 남자고 여자고 가리지 않고 때려죽였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식량과 귀중품들을 빼앗아 해변가에 있는 나의 은신처로 옮겼습니다. 내가 때려죽인 사람 중에는 정말이지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울만큼 젊고 아름다운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죽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면 식량과 물을 반으로 나누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마저 연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알라시여! 그들의 영혼을 보살펴주소서! 식량과 귀중품을 동굴에서 바닷가로 끌어내면서 지내고 있으려니까, 어느날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배 한 척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걸 보자 나는 흰 수의 하나를 집어 막대기 끝에 비끄러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흔들어대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으려니까 저쪽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아무래도 나의 그러한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고 판단한 듯 닻을 내리고 작은 배 한 척을 내렸습니다.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나는 계속해서 깃발을 흔들어 댔습니다. 이윽고 작은 배는 가까이 다가왔고, 배에 탄 선원들은 나를 향하여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무슨 일을 당했길래 구조를 요청하는 거요?』 그래서 나는 소리쳐 대답했습니다. 『저는 바그다드에서 온 상인입니다. 장사 길에 난파를 당하여 천신만고 끝에 이렇게 살아 지나가는 배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바그다드에서 왔다고요? 우리도 바그다드에서 왔지요』 일동은 반갑다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배를 해안에 대었습니다. 그리고는 동굴에서 끌어낸 보석과 귀중품들이 든 짐꾸러미들과 함께 나를 배에 태워주었습니다. 우리가 탄 작은 배는 저 멀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큰배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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