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훔쳐야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 심지어 홈베이스까지 훔칠 수 있다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해태). 뛰어난 타격감각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가 마침내 본격적인 「대도(大盜)」경쟁에 뛰어들었다.
야구에서 도루왕은 단순히 발만 빠르다고 해서 따낼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다.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능력과 상대투수의 투구동작을 읽어내는 기술이 필수적. 또일단살아 나가야 훔칠기회가생기기때문에출루율까지 높아야 한다. 따라서 도루왕은 매시즌 각 팀의 발빠른 톱타자들의 경연장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종범은 지난3일 쌍방울전에서 2개의 도루를 추가, 이날 1개를 성공시킨 OB 정수근과 함께 공동 1위(21개)로 뛰어올랐다. 이날 현재 이종범 정수근의 뒤를 LG 유지현 OB 김민호(이상 15개), 해태 이순철 삼성 최익성(이상 11개), 현대 박재홍(10개)이 잇고 있다.
이들중 도루왕 0순위는 이종범. 프로 첫해인 93년 73개의 도루로 2위에 오른 뒤 94,96년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특히 94년에는 무려 84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이 부문 신기록까지 세웠다.
이종범의 출루율은 0.445. 두번 타석에 서면 한번은 일단 살아나가 도루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정수근의 출루율은 0.319, 유지현(0.408)과 김민호(0.312)역시 출루율에 관한 한 이종범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부친다.
이종범은 시즌초반 상대투수들의 집중적인 견제로 도루 성공률이 50%를 밑돌며 부진했으나 최근 13연속 도루에 성공하며 감을 되찾았고 최근 타격감각까지 회복, 세번째 도루왕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전주〓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