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9백97만달러)에서 지난해 남녀챔피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와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나란히 8강에서 탈락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세계랭킹 2위 그라프는 4일 새벽(한국시각) 파리 롤랑가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회 여자단식 8강에서 「천적」으로 꼽히는 11번시드 아만다 코에체(남아공)에 0-2(1-6 3-6)로 완패했다.
이로써 대회 3연패와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리던 그라프의 꿈이 좌절되는 한편 「10대의 기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의 정상대결도 무산됐다.
올해들어 호주오픈과 독일오픈에서 그라프를 연파했던 코에체는 이날 승리로 지난달 스트라스부르크오픈 준결승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며 올시즌 상대전적 3승1패로 「그라프의 천적」임을 재확인했다.
코에체는 초반부터 빠른 발과 정교한 스트로크로 그라프를 완전히 압도, 단 1게임만을 내주고 6-1로 첫 세트를 쉽게 따냈으며 2세트에서도 과감한 공격으로 시종주도권을 잡아 막판 그라프의 추격을 6-3에서 끊었다.
그라프는 이날 모두 64개의 범실로 무기력하게 무너져 지난 86년 이후 9년만에 프랑스오픈 4강진입에 실패, 통산 21번에 걸쳐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을 차지한 「테니스 女帝」로서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반면 올해 16세의 세계 1위 힝기스는 6번시드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를 시종 여유있게 리드한 끝에 2-0(6-2 6-2)으로 이겨 가볍게 4강에 나갔다.
세계 3위 모니카 셀레스(미국)는 메리 조 페르난데스(미국)를 2-1(3-6 6-2 7-5)로, 9번시드 이바 마욜리(크로아티아)는 복식 파트너인 룩산드라 드라고미르(루마니아)를 2-1(6-3 5-7 6-2)로 각각 물리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이에따라 대회 여자단식 패권은 힝기스-셀레스, 마욜리-코에체의 4강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한편 남자 단식 8강에서는 세계 66위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이 3번시드 카펠니코프를 풀세트 접전끝에 3-2(6-2 5-7 2-6 6-0 6-4)로 제압, 돌풍을 이어갔다.
3회전에서 「클레이코트의 1인자」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를 물리쳤던 쿠에르텐은 이로써 그랜드슬램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브라질 선수가 됐다.
쿠에르텐은 마구누스 노르만(스웨덴)을 3-1(6-2 6-7<2-7> 6-4 6-3)로 꺾은 세계1백22위 필립 드울프(벨기에)와 결승진출을 놓고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