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한국의 초보운전]면허따도 운전엔 「왕초보」

  • 입력 1997년 6월 3일 08시 08분


영화배우 A양은 3년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다음날 승용차를 몰았다. 4백여㎞를 달려 부산까지 간 그는 선배에게 자랑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고향집에 왔어. 고속도로 주행 정말 신나던데』 선배는 기겁했다. 『너 어제 운전면허증 받았잖아. 시내연수도 안했지』 A양은 태연했다. 『시내연수? 그런 것 꼭 해야 하는거야』 선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너 참 간도 크다마는 운좋은 줄 알아라』 2∼6개월의 고생끝에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들은 「마이 카」의 즐거움을 기대하며 도로에 나선다. 그러나 주행능력은 떨어지고 교통법규 등에 약해 스스로도 고생이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 95년의 경우 전체 교통사고중 △면허취득 5년미만 운전자가 55.6% △5∼10년 운전자가 19.1% △10년이상이 17.4%를 각각 차지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도 운전경력 5년 미만의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51.9%나 된다. 초보일수록 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초보표지판은 운전실력이 미숙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조심하자는 약속이지만 다른 운전자에게는 약자보호의 의무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경력운전자들은 초보운전자들에게 너무 냉혹하다. 양보는 그만두고 경적을 울려대며 위협하거나 놀리는 사람들도 많다. 경찰청 李慶弼(이경필·46)교통안전계장은 『자신도 한때 초보운전자였음을 생각하면 양보의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초보운전자들도 스스로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등 조심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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