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박한 감독 22년만에 코트떠나…후임 임정명코치

  • 입력 1997년 6월 1일 20시 25분


「영원한 고려대인」 박한감독(52)이 마침내 코트를 떠난다. 지난 22년간 고려대농구팀을 맡아 국내 코트를 호령해온 박한감독은 2일자로 농구팀감독에서 고려대 체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돼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 고려대와 산업은행시절 부동의 국가대표센터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전반까지 한국남자농구의 중흥기를 일군 박감독은 지난 75년 유니폼을 벗은 뒤 고려대 사령탑을 맡아 22년간 외길을 지켜왔다. 이충희 전희철 현주엽 등 한국농구의 간판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쳐 대선수로 거듭났으며 70년대후반과 90년대중반 국내농구를 휩쓸었던 고려대 전성기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특히 지난 77년부터 78년까지 대학과 실업을 통틀어 거둔 49연승은 국내최다연승기록으로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 1m92의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미소, 굵은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 선수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했던 그는 때로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과열로 치달았던 농구판을 지켜온 「코트의 신사」였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고려대를 떠나지 않은 것은 모교에 대한 신의 때문. 최근 창단한 동양제과와 LG에서 감독직을 제안받았지만 고사한 것도 어려울 때 도와준 모교를 등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박감독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데 대해 시원함보다 아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고려대팀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후배이자 제자인 신임 임정명감독에게 중책을 맡기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얘기다. 〈이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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