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낮잠자야 할 高速鐵 열차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경부고속철도 공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 열차는 이미 완성되어 내년과 99년에 국내에 들여온다니 한심하다. 프랑스의 GEC 알스톰사가 제작하는 열차 12편성분 가운데 내년에 들여올 2개 열차는 시험구간이 계획대로 99년말 완공되어도 1년이상 낮잠을 자야 하고 공기가 늦어질수록 나머지 10개 열차의 창고 보관기간은 길어진다. 철도 완공전에 열차를 들여오는 데 따른 유지 관리비 및 구입비에 대한 이자는 모두 국민부담이다. 고속철도공단측은 예정대로 열차를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것은 인도 지연에 따른 비용을 우리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내에서 보관 관리하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 업체가 올 4월부터 제작에 들어가기로 했던 34개 열차는 제작연기에 합의했으나 피해보전이 불가피하다. 지나간 얘기지만 일반철도 건설비에 30%를 얹은 고속철 공사비책정은 물론 설계검증이나 차량선정도 하지않은 상태에서 착공부터 한 모든 것들이 오늘의 혼란과 비용 추가부담을 초래했다. 주먹구구식 계획으로 국고를 낭비한 국책(國策)사업이 어디 고속철 뿐인가. 앞으로는 주요 국책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이에따른 국고낭비 내력과 원인 및 책임소재를 국민에게 소상히 공개하는 등 예방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속철의 향후 공사일정과 사업비 재조정이 다음달말까지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와 공단측은 이제부터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한 종합계획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책사업은 전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국민에게 모든 과정을 수시로 알릴 의무가 있다. 대형 국책사업에 정치논리가 끼여들어 일을 그르치는 시행착오도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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