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하는 신한국당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 사퇴문제를 둘러싼 내분은 29일 전국위와 대선 예비주자들의 청와대초청 오찬회동을 계기로 일단 잠수(潛水)상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 경선구도는 이대표가 당분간 대표프리미엄을 유지한 채 앞서 나가고 다른 주자들이 발목을 잡으며 뒤쫓는 형국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당내 갈등을 적당히 미봉하고 대선레이스에 접어든 셈이다. 정당이 갈등을 안고가든 말든 당내 문제이므로 밖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다른 것도 아닌 막중한 대선후보의 공정경선 시비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문제다. 그러잖아도 국정이 표류하는 마당에 집권당마저 중심을 못잡고 갈등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신한국당이 이날 전국위에서 갖기로 했던 경선주자들의 「공정경선 다짐 서명식」이 이대표와 반(反) 이대표진영의 감정대립으로 무산된 점이다. 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측은 선수가 심판을 보는 게임이 공정할 리 없으므로 모양만 갖추는 서명식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경선을 하자는 다짐조차 못할 정도로 당이 병들고 갈등의 골이 깊다는 증거다. 이대표측은 대표직 계속 유지를 경선 전초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해석할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세력의 불만은 여전하고 언제 또 폭발음을 낼지 모른다. 국정운영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당이 이렇게 굴러가서는 곤란하다. 이대표는 밀려서 대표직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국정과 당의 표류를 막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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