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빳빳이 무스를 먹인 머리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칸 국제영화제 개막초청작 「제5원소」를 연출한 그는 올 영화제에서 첫 기자회견을 가진 감독이다.
―왜 지금 하필 SF스펙터클인가. 당신의 출세작은 「레옹」 「니키타」 등 누아르 계열인데 「제5원소」를 통해 「프랑스의 스티븐 스필버그」란 별명을 얻은 것인가.
『스티븐 스필버그는 위대한 감독이므로 그와 비교된다는 것은 영광이다. 그러나 감독은 창조적 직업이고 자신만의 개성적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이므로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유머와 철학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SF를 선택했다. 나는 역사가 반복된다고 믿는다. 이를 표현하는데 SF가 적당했다』
―「제5원소」는 당신의 데뷔작 「마지막 전투」와 유사한데 그 이유는….
『첫 영화를 찍을 때는 누구나 불안하다. 두번째 영화를 만들 때는 첫 영화를 참고하게 마련이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만들고 싶었던 것을 영화속에 조금씩 표현해왔다. 그 때문에 데뷔작과 최근 영화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미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세트와 배우들의 의상에 매우 신경을 쓴 것 같은데….
『배경을 모두 특수효과로 표현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주변 배경없이 연기하느라 애를 먹었다. 배우들의 의상 디자인은 1년에 걸쳐 연구한 것이다』
―영화속 여성의 모습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여성은 우주를 창조하는 신비스런 존재다. 나는 남자들을 존경하지만 여성을 더 동경하기 때문에 영화속에서 여성을 환상적 모습으로 표현하게 된다』
―지금 기분은….
『허탈하다.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린 산모처럼 허전하다. 칸에 오게 된 것이 기쁘면서도 두렵다』
「제5원소」는 오는 7월17일 국내에서도 개봉된다.
〈칸〓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