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마무리 왜 머뭇거리나

  • 입력 1997년 5월 6일 20시 02분


한보사태로 국정이 표류한지 벌써 4개월째다. 한보와 金賢哲(김현철)씨 의혹, 92년 대선자금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거나 정리되는 게 없이 정국의 덜미를 잡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은 이미 조타(操舵)능력을 상실한 듯하고 야권도 목소리만 높일뿐 뚜렷한 정국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검찰수사도 이젠 끝내기를 해야할텐데 어쩐 일인지 머뭇거리고만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과 같은 답답한 상황이 장기화해서는 안된다. 현철씨든, 한보돈을 받은 정치인 처리든, 대선자금 의혹이든 철저히 규명하되 빨리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 검찰은 현철씨 사법처리 시기를 이달 중순께로 다시 미룬 듯한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공연한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현철씨 의혹이 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라 대통령이 사과담화를 한 게 언젠데 두달 넘게 사법처리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저울질만 하고 있는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철씨 관련 의혹을 샅샅이 파헤쳐 사법처리 이후 뒷말이 없도록 하겠다는 검찰의 말은 이해한다. 그러나 나라가 온통 여기에 매달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것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니 걱정이다. 한보와 현철씨 의혹을 거울삼아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현철씨의 소환조차 차일피일 미루니 검찰이 여전히 정치권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도 하다. 한보돈을 받은 정치인 처리문제도 그렇다.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오른 33명을 모두 조사하고 처리방침을 밝힌다지만 마냥 시간을 끄는 것은 잘못이다. 누구는 처벌하고 누구는 봐주며 몇사람만 불구속기소하고 말 것이란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정치인들 일괄처리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받게 되면 곧바로 한보와 현철씨 수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상식에 벗어난 돈을 받은 사람은 그가 누구든 법대로 처리하는 것만이 정치인수사를 올바로 마무리하는 정도(正道)다. 현철씨와 정치인처리 등 한보수사가 마무리되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앞에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경우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솔직한 언급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92년 대선때 법정선거비용 이상을 썼다는 포괄적 해명 정도로 넘어가자는 말도 있으나 그래서는 한보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철씨 의혹의 핵심이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인되고 있는 지금 잘못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앞으로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벌써부터 대선주자들이 사조직을 이용해 돈을 펑펑 써대는 행태가 말썽이 되고 있다. 한보와 현철씨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돈쓰는 정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늦어도 6월 임시국회에서는 그것을 끝내야 한다. 한보 끝마무리를 이렇게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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