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잿밥」만 챙긴 3당대표

  • 입력 1997년 4월 30일 19시 54분


지난달 29일 충남예산군 충의사(忠義祠)에서 열린梅軒(매헌)尹奉吉(윤봉길)의사 의거 65주년 기념식은 행사 이름과는 달리 때이른 대통령선거유세장처럼 돼 버렸다. 이행사에 초청받은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 등 3당 대표가 윤봉길의사의 의거를 기리기보다는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를 겨냥, 정견발표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 3당대표들은 이날 기념식에 몰려든 수천명의 군중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하나같이 연설 모두(冒頭)에 잠시 윤의사의 의로운 행적을 「맛보기」처럼 소개하고는 곧바로 「속셈」을 드러냈다. 먼저 이대표가 『지역할거구도의 정치를 타파하고 권력추구만을 일삼는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성 정치인인 양 김총재를 겨냥했다. 이어 김대중총재가 대선공약을 발표하듯 농가부채 탕감방안 등 농민문제를 거론한 뒤 『정권교체만이 살길』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김종필총재도 지지않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신한국당은 하루빨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3당대표들에게는 윤의사 추모는 「뒷전」이고 얼마 안있어 펼쳐질 예산지역 재선거와 연말 대선만이 「주 관심사」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보사건으로 정치권 전체가 불신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연대 책임」을 져야할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보인 행태는 분명히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윤의사기념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지도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지, 이 곳은 유세장이 아니라 윤의사를 추모하는 자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최영훈<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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